제1부 고대의 음악 2. 에토스 론
에토스 론
고대 그리스 음악
그리스 인들은 음악을 지적 쾌락을 줄 수 있는 소리예술로서뿐만 아니라, 수학의 한 지류인 이론 과학으로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품행과 성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아, 음악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도덕적 가치가 바로 플라톤(기원전 428~348)과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를 비롯한 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던 에토스(Ethos) 론이다. 그리스 인들은 음악이 영혼의 에토스를 좌우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성품을 얼마든지 개선할 수도, 또는 타락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은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의 성품은 이 요소들의 구성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올바른 비율로 구성되어 있을 때 올바른 성품이 된다. 그리고 이 요소들의 상호관계는 특히 음악 특유의 리듬, 선법, 그리고 연주되는 악기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므로, 적절한 선법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는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악으로부터 선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과 판별하는 습관을 발전시키게 된다고 믿었다.
결국 그리스 인들의 음악관에서 음악의 목적은 윤리적 목적과 일치하는 것으로, 음악은 성품에 미치는 결과에 의해 구별되고, 또 그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동시에 도덕적으로 가장 훌륭한 음악이었다.
플라톤에게 모든 예술은 그 자체로서의 미의 추구가 아닌, 이상국가 건설이라는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리듬과 선율이 어느 예술보다도 인간의 감정적 생활과 내부의 영혼에 더욱 강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예술 중 가장 우월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플라톤은 음악교육을 덕과 도덕성 확립에 제일 중요한 방법으로 강조했다. 음악은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고 인간의 열정을 평정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체육은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으로, 영혼과 육체를 덕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과 체육교육이 조화롭게 조정되어야 한다. 체육이 없는 음악교육은 인간의 영혼을 나약하게 만들며, 체육에만 몰두하면 인간에게 폭력과 야만성과 같은 동물적 본성만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플라톤은 가장 완벽하고 조화로운 음악가는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체육을 음악과 잘 혼합하여 그것들을 영혼에 적용시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음악론도 많은 부분 플라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또한 음악을 통해 덕스럽고 선한 인간이 길러지기 때문에 음악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플라톤은 〈국가론〉(기원전 380년경)에서 어떤 종류의 리듬·선법·악기들이 덕으로 인도하고, 조화된 영혼의 육성에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들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 단순한 리듬이 우아하고 좋은 리듬이다. 혼합된 리듬이나 형식, 그리고 복잡한 음계는 피해야 한다. 슬픔과 애조를 띠는 믹솔리디아 선법, 유약하며 나태하고, 술자리에나 어울릴 것 같은 성질의 이오니아 선법과 리디아 선법들은 제거해야 하며, 용기·절제와 사내다움을 육성하는 도리아 선법과 프리지아 선법을 사용해야 한다. 악기에 있어서도 리라 또는 키타라는 인간의 영혼을 차분히 만들기 때문에 허용되지만, 아울로스는 흥분을 유발시키는 악기로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과 덕을 지향하지 않는 음악은 모두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플라톤과는 달리, 모든 종류의 음악이 나름대로 필요함을 역설했다. 플라톤은 음악의 존재 이유를 윤리적이고 교육적인 견지에서만 인정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락과 지적인 향락으로서의 음악적 가치도 포함시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누구나 공포나 광란 같은 격한 감정에 치우칠 때가 있으며, 그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그런 성격의 음악을 듣고 동종의 감정을 자극하고 환기시킴으로써 그러한 감정을 배설시켜 과도한 상태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음악이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리라를 연주하는 사포(Sappho)와 알카이우스(Alcaeus).
연관목차
서양음악사 100장면 7/118
- 서양음악사 100장면
- 고대의 음악에서 바로크 음악까지
- 계몽주의 음악에서 현대음악까지
출처
제공처 정보
서양음악사 100장면 2002. 7. 20. 책보러가기
<서양음악사 100장면> 시리즈 제2권. 18세기 초부터 20세까지의 고전주의-낭만주의-현대음악을 다루었다. 250여 년에 걸쳐 서양음악사에서 일어난 다양하고 중요한 사건들을 작곡가, 음악 장... 자세히보기
-
저자 박을미
박을미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졸업.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석사 및 박사(음악학). 현재 부산대학교 교수. 주요 논문 및 저서로는 <중세 서양음악의 기보발전사> <트루바두르-트루베르 음악의 리듬이론 : 모드리듬론과 자유... 자세히보기
-
저자 김용환
서울대 음대 기악과 졸업.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 음악학 석사(MA) 및 박사(Ph. D). 독일 헤센 국립 음악 아카이브 연구원 역임. 문체부 남북문화분야 전략연구팀 상임연구위원 역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 연구위원... 자세히보기
-
제공처 가람기획
[네이버 지식백과] 에토스 론 - 고대 그리스 음악 (서양음악사 100장면, 2002. 7. 20., 박을미, 김용환)
=========================================================